당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국가 경제 목표들 심히 미진"
8차 당대회서 비핵화 협상 등 대외행보와 맞물린 새 계획 추진될 가능성

북한이 지난 5년 간 추진해 온 경제난 해소를 위한 경제 정책들의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19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6차 전원회의를 통해서다.

북한은 이번 전원회의 결정서를 통해 "계획했던 국가 경제의 장성 목표들이 심히 미진되고 인민생활이 뚜렷하게 향상되지 못하는 결과가 빚어졌다"라고 공표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런 내용이 담긴 결정서를 20일 1면에 게재해 모든 주민들이 볼 수 있게 했다.

이 같은 경제난 해소의 실패 이유로 결정서는 '혹독한 대내외 정세가 이어지는 상황'과 이에 따른 '예상치 않았던 도전들이 겹쳐 드는 상황'을 이유로 들었다. 대북제재는 물론 비핵화 협상의 난항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이 두 상황을 경제난 해소가 어려웠던 이유로 든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북한은 지난 5년간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수행해 왔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후 첫 당대회였던 2016년 5월 7차 당대회를 통해 제시된 것이었다.

이어 2018년 시작된 북미 비핵화 협상의 목표도 궁극적으로는 경제난 해소를 위한 것이었다. 5개년 전략 수행의 마지막 해인 올해에는 '정면 돌파전'을 국가 기조로 제시하며 경제 성과 도출에 힘을 쏟아왔다.

신문을 통해 공개된 전원회의 결정서는 이 같은 지난 5년의 경제난 해소를 위한 추진 사업들이 실패했음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북한이 그간 보였던 태도에 비추어보면 꽤 이례적인 행보로 볼 수 있다. 대내외적으로 과장된 선전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현실적 판단이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비핵화 협상의 교착으로 경제 정책의 수정이 불가피했던 북한은 올해 자력갱생을 기치로 내세운 정면 돌파전을 통해 마지막 반전을 꾀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2007년 이후 최악의 큰물(홍수) 피해라는 천재지변까지 맞으며 결국 반등에 실패했다.

최근에는 당 정치국 회의를 통해 당초 정면 돌파전의 결산 시점이던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10월10일)을 큰물 피해 복구 완료 시점으로 '재설정'하며 사실상 올해 국가 기조를 경제난 해소에서 '국가적 위기 타개'로 바꾸는 모습도 보였다. 

북한은 지난 5년의 경제 정책 실패를 인정하면서 이 같은 경제난 해소를 다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결정서에서 북한은 "지난 5년 간의 사업에서 이룩된 경험과 교훈들을 분석, 총화하고 우리 혁명 발전과 조성된 정세의 새로운 요구에 기초해 올바른 투쟁 노선과 전략전술적 방침들을 제시할 목적으로 제8차 당대회를 소집할 것을 결정한다"라고 밝혔다.

또 김정은 위원장은 전원회의 연설을 통해 "8차 당대회에서는 올해의 사업 정형과 함께 총결기간 당 중앙위원회의 사업을 총화하고 다음 해의 사업 방향을 포함한 개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북한의 입장을 봤을 때 북한은 경제난 해소를 계속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비핵화 협상의 교착과 요동치는 미국 대선 국면 속에서 북한이 다시 핵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개발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과는 결이 다른 행보다.

특히 미국 대선이 끝난 내년 1월 당대회를 통해 새 경제발전 계획을 발표한다는 것은 북한의 새로운 대외행보의 향방도 같은 시기에 확인될 수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경제난의 결정적, 궁극적 해소를 위해서는 대북제재 해제를 위한 대외행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올해 11월 미국 대선의 결과를 지켜본 뒤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 1월부터 본격 추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핵화 협상에 한 발을 걸치고 있는 남북관계 역시 비슷한 시기에 접촉면이 넓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미국 대선 후 내년 1월 전까지 북한, 또는 비핵화 협상 관련국 사이 물밑 접촉 등 모종의 움직임이 전개될 수는 있다. 북한 역시 국가 기조 수립을 위해 관계국의 입장을 확인할 필요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올해 남은 기간에는 코로나19 방역과 큰물 피해 복구 등 눈 앞에 닥친 상황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내년 1월 대대적 행보를 위한 준비 작업에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8차 당대회는 투쟁하는 대회, 일하는 대회, 당 사업을 전면적으로 총화하는 대회가 돼야 한다"라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북한의 행보를 예상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민대호 선임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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