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해소에서 '위기 상황 타개'로 기조 변경 가능성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도 강화…당 중심의 의사 결정 구조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13일 정치국 회의를 열어 일부 인선을 단행했다고 14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13일 정치국 회의를 열어 일부 인선을 단행했다고 14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북한이 경제 관련 사안을 총괄하는 내각총리를 전격 교체했다. 올해 경제난에 대한 '정면 돌파전'을 국가 기조로 내세웠던 북한의 국가 기조에 일부 수정이 예상된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13일에 열린 정치국 회의에서 김재룡 내각총리를 김덕훈으로 교체했다. 이 같은 사실을 14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보도로 공개했다.

김덕훈은 최근까지 북한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예산위원장을 맡은 것으로 확인된 인사다. 또 과거 대안전기공장 지배인, 자강도 인민위원장, 내각부총리 등을 맡은 바 있다.

이는 그가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이번에 교체된 김재룡에 이어 북한의 경제 핵심 관료임을 보여 주는 이력이다. 

일각에서는 그의 이력을 봤을 때 북한이 국가적 비상 상황에 대응하는 쪽으로 정면 돌파전의 기조를 바꾼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먹고사는 문제' 해결에서 '위기 상황 타개'로 정면 돌파전의 이행 계획이 바뀔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북한은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정면 돌파전 이행에 차질을 겪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어 '역대급' 장마철 수해라는 변수까지 제기되며 더 이상 '먹고사는 문제'만 집중해서는 안된다는 내부적 결론에 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회의에서 "지금 우리 국가는 세계보건위기 상황에 철저히 대비하기 위한 방역전을 힘 있게 벌이는 것과 함께 예상치 않게 들이닥친 자연재해라는 두 개의 도전과 싸워야 할 난관에 직면해 있다"라고 언급한 것은 사실상 국가 기조 변경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인선은 김재룡 개인에 대한 문책 차원이라기보다는 국가 기조 수정에 따른 분위기 일신 차원에서의 간부 인선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김재룡은 올해 첫 국무위원회 정령에 따라 내각총리직에서 '해임'됐음에도 당 부위원장과 당 부장 자리에 임명됐음이 노동신문의 보도로 확인됐다.

일반적인 '징계' 차원의 인사일 경우 당 중앙의 핵심 자리에 재배치되기 어려운 것으로 봤을 때 이번 총리 인선은 '징계' 보다는 분위기 전환에 방점이 찍힌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재룡 내각총리는 지난해 4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회의에서 전임 박봉주의 뒤를 이어 내각총리에 임명이 됐다. 김재룡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자강도 당위원회위원장을 맡으며 북한의 군수산업의 핵심 인물로 부각된 인사다.

한편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으로 김덕훈과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새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리병철은 북한의 군수 관련 정책과 사업을 책임지는 핵심 실무자다. 지난해 말 군수담당 당 부위원장과 정치국 위원에 오른 뒤 올 들어 국무위원,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연이어 오르며 정치적 입지가 크게 강화됐다.

특히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은 지난 2014년 5월 이후 공석이던 자리로 그의 인선은 매우 파격적인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북한의 국정 운영에 있어 최고 실세들만 모이는 핵심적 파트다. 명예직 수준이 아니라 실제 국정 운영에 관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곳이라는 뜻이다.

북한의 군수를 책임지는 리병철의 상무위 진입은 북한이 올 들어 연달아 국방력 강화를 주장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비록 비핵화 협상의 전개 이후 핵과 탄도미사일 관련 동향은 크게 줄어들었지만, 이른바 '새 전략무기' 등 국방력 강화에 있어서도 '새 노선'을 일부 반영한 북한의 현재 스탠스가 지속, 강화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인선이다.

리병철의 상무위 진입으로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김정은 위원장과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부위원장의 기존 3인 체제에서 신임 김덕훈 내각총리, 리병철까지 5인으로 구성됐다.

내각총리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상무위 진입으로 북한은 당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강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이례적인 수준으로 수시로 정치국 회의 등 당 차원의 주요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것과 맥이 닿는 북한의 움직임으로 보인다. 

민대호 선임기자 mdh50@koreareport.co.kr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