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의 역습'…이순재-신현준 前 매니저, 부당 대우 폭로
"단순 폭로전으로 끝나선 안 돼…체질 개선 계기 돼야"

배우 이순재(왼쪽)와 신현준
배우 이순재(왼쪽)와 신현준

최근 원로 배우 이순재와 배우 신현준의 매니저가 그간 자신들이 받아온 부당 대우를 연이어 폭로하면서 연예계 속 매니저의 처우가 재조명되고 있다.

청소년들의 선망이 되는 연예계 속 '갑질'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이에 맞서는 '을'들의 역습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연예인 매니저란 연예인의 일정을 관리하고 출연 작품의 선정·협의, 이들의 곁에서 수행하는 일을 도맡는 직업이다.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은 연예인들의 최측근인 매니저들의 말 못 할 고충을 제보받아 스타도 몰랐던 은밀한 일상을 관찰하는 포맷으로 흥행하고 있다.

매니저는 연예인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최근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 직업 상위권에 자리하는 등 선망의 대상으로 떠오르기까지 했다.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2019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매니저 수는 지난 2014년 2829명, 2016년 4060명, 2018년 4124명으로 꾸준히 느는 추세다.

하지만 일부 배우들의 매니저가 폭로한 '대우'는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이순재의 전 매니저 A씨는 이순재 아내의 잡다한 심부름을 하고 막말까지 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두 달 동안 휴일이 5일에 불과했고 주 55시간을 넘게 일했지만 수당은커녕 월 180만원이 급여의 전부였다고도 했다. 

이순재 측은 A씨의 주장에 대해 해명하고 직접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소속사 측은 지난 1일 공식 입장을 통해 "소속사의 미숙함 때문에 발생한 일이고 로드매니저의 진정으로 노동청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노동청에서 결정할 것이고 이로 인한 모든 법률상 책임 내지 도의적 비난은 달게 받겠다"고 법적 절차에 따를 것이라고 알렸다.

배우 신현준의 전 매니저는 13년간 갑질 피해를 받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적은 급여와 욕설 문자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내용으로 신현준 어머니의 사소한 심부름까지 했다는 주장이다.

이후 신현준 측은 일상적인 대화마저도 부분마다 악의적으로 발췌, 편집해 당시 상황을 거짓으로 설명한다면 이제 더 인내하기가 어렵다"고 법적 공방을 예고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들의 폭로가 단순히 폭로전, 진흙탕 싸움이 아닌 매니지먼트 전반의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매니지먼트 업무에서 표준계약서를 작성한 경우는 81% 수준으로 계약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10.9%에 달했다. 이밖에 자체계약서 사용(4.7%), 구두계약(3.4%) 등이 있다.

이번 이순재와 신현준의 경우에도 계약서 누락과 4대 보험 문제 등이 걸려 있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단순히 자극적인 폭로전으로 기억에서 잊혀지기 보단 매니지먼트 체제 전반에 대해 경각심을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주 52시간 근무제, 노동조합 등 더 큰 문제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A씨 역시 "이번 일을 계기로 매니저에 대한 의식과 처우가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는 이사회를 통해 연예계 갑질 논란에 대해 논의하고 매니저 업무 범위와 처우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박소연 기자 p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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