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기회 될 때마다 중러 지지…대북 압박 '방어막' 기대
북미관계에 '미중 갈등' 변수…미, 북과 먼저 관계개선 나설까

미국과 대화 재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북한이 중국, 러시아에 대해서는 기회가 될 때마다 지지 의사를 표명하며 관계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당장 미국으로부터 큰 양보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통적 동맹과 더 가까워지는 모습인데 향후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4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명의 담화에서 "조미(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며 미국 대통령선거 전 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불과 2시간 뒤 공개한 외무성 대변인의 언론 답변에서 보여준 러시아에 대한 태도는 미국에 대한 냉담과 대조된다.

외무성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의 사실상 '종신 집권'을 가능하게 하는 러시아 헌법 개정안 가결에 대해 "러시아가 국가 자주권과 영토 완정을 고수하고 정치적 안정을 공고히 하며 사회경제 발전을 이룩하는 데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북한은 최근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 등을 두고 격화하는 미중 갈등에서도 미국을 비난하며 북한은 중국 편이라는 점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중국 주재 지재룡 북한대사는 지난 3일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의 간섭·독단을 막고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지키려는 중국공산당과 중국인의 투쟁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유엔 주재 북한대사도 3일 유엔 주재 중국대사에게 서한을 보내 "주권존중과 내정불간섭은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지켜야 할 국가관계의 기본원칙"이라며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대한 지지입장을 밝혔다고 외무성이 5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북한은 올해 미국의 대북 제재에 맞서 자력갱생에 의한 정면돌파전을 선언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중국·러시아의 지원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미국이 과감하게 움직일 수 없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 긴장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제재 틀은 깨지 않으면서도 식량과 방역물품 등 범위에서 북한을 많이 도와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제재 동참을 거듭 촉구해온 미국 입장에서 이 같은 북한의 움직임은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이 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북한이 중국과 가까워질수록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중국과 결전에 나서기 전 방해가 될만한 요인을 사전에 정리하는 차원에서 북한과 관계 개선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지난 1일 강연에서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중국 변수'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중국과 북한이라는 두 개의 적을 동시에 상대할 여력이 없는 만큼 대선 전에라도 북한과 외교적 돌파구를 만드는 게 향후 중국과 경쟁에서 더 유리하다는 미국 내 시각으로, 문 특보는 백악관에서도 이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이 이벤트성 만남을 거부하고 있고 미국도 대선 전 큰 양보를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오는 7일로 예정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방한도 돌파구 마련보다는 북한의 압박 행보로 인한 상황 악화를 방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부도 최근 북한의 움직임을 의식한 듯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 3일 2주간의 격리를 마치고 외교부로 출근하자마자 주한 중국, 러시아 대사와 연쇄 회동하고 한반도 정세를 논의했다. 

민대호 선임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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