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대북송금 특검때 악연 시작…친문패권·탈당 등 감정 골
靑 "과거사보다 미래 생각"…박지원 "역사와 文대통령에 충성"

'문모닝'이라고 불릴 정도로 문재인 대통령 비판에 앞장 섰던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이 국가정보원장으로 발탁된 것과 관련 청와대는 5일 "선거 때 일어났던 과거사보다 국정과 미래를 생각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후보자를 낙점한 것은 오로지 문 대통령의 결정"이라며 박 후보자 인사 뒷배경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 2일 외교안보라인 인사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은 박 전 의원이었다. 그는 문 대통령과 숙원(宿怨)이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갈등은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김대중 정부의 대북송금에 대한 특검을 수용하면서 시작됐다.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자 대북밀사 역할을 했던 박 후보자는 이로 인해 옥고를 치렀다. 이때 민정수석이 문 대통령이다.

2015년에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출 전당대회 당시 박 후보자는 문 대통령를 향해 '친노패권주의'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경선 규칙을 둘러싼 갈등 과정에선 "무능하고 비열하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이후 안철수 전 의원과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들었고 2016년 총선에서 호남에서만 28석 중 23석을 가져가며 문 대통령에게 치명타를 안겼다. 이듬해 대선에서도 아침마다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 해서 '문모닝'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외교안보라인은 콕 찝어서 역할을 한정할 수 없다. 국가안보실장, 통일부 장관, 국정원장이 서로 교차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며 "박 후보자에 관해선 다양한 루트로 추천이 있었다. 어떤 역할로 추천이 왔는지 알 수 없지만 한자리였겠냐"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박 후보자를 직접 국정원장 후보자로 가닥을 잡고, 이인영 통일부 장관, 정의용·임종석 외교안보특별보좌관 등 이렇게 역할분담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께선 지난 일은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대통령이 (두 사람의 악연에 관한) 평가가 있을 것이란 것을 모를리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국정과 미래를 중시한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아울러 박 후보자가 페이스북에 "역사와 대한민국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님을 위해 애국심을 가지고 충성을 다 하겠다"고 남긴 점을 언급하며 문 대통령과 박 후보자가 구원에 얽매이지 않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의기투합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문 대통령이 박 후보자를 국정원장으로 낙점한 것은 지난달 17일 남북관계에 관한 의견을 듣기 위한 원로 초청 오찬 이후라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오찬을 계기로 박 후보자를 국정원장으로 임명해야겠다고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박 후보자는 대통령이 오래 전부터 아주 잘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자 인사는 발표 당시 기자실에서 탄성이 들릴 만큼 인사 전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에 관해선 "박 후보자 본인에게 여러 언론에서 취재가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혀 새어나가지 않았다"며 "(박 후보자) 스스로 발표 당일까지 보안을 유지했다. 인사 발표 15분 전까지 생방송에 출연한 것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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