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백신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GC녹십자 "변이 잡거나 범 코로나 잡거나"
제넥신, 국내기업 중 개발속도 가장 빨라…아이진도 2021년초 임상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들이 백신을 검수하고 있다.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들이 백신을 검수하고 있다.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을 위해서는 치료제도 필요하지만 백신의 역할이 훨씬 중요하다. 이미 감염된 사람들에게 투여하는 치료제는 사실상 사망률을 줄이는데 목적이 있다. 백신은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는 게 목적인만큼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최적의 수단이다. 이러한 백신은 사망률도 당연히 감소시킬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은 전 세계인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안전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고 그 만큼 개발 난이도가 치료제보다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개발에 성공하면 전 세계 공중보건 역사에 획을 긋는 초대형 스타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국내 기업들이 하나, 둘 백신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변이에 강하게'…GC녹십자 '범 코로나' 백신 개발

국내 여러 백신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양대 산맥 SK바이오사이언스와 GC녹십자가 모두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바이러스 변이에 효과를 내는 백신 개발이 목표다. 간신히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변이가 심하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핵심 플랫폼 기술을 만든 뒤 어떠한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해도 신속히 백신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확인되는 변이 바이러스들을 모두 확보해 해당 플랫폼 기술로 각각의 백신물질을 개발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3월말 백신 후보물질들에 대한 동물실험(비임상)에 들어갔다. 9월에 본격적으로 사람 대상의 임상1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3월 질병관리본부의 2020년도 긴급 현안지정 학술연구용역과제 중 '합성항원 기반 코로나19 서브유닛 백신 후보물질 개발' 과제 수행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GC녹십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뿐 아니라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와 '사스(중증호흡기 증후군)' 바이러스 등 모든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에 효과를 낼 수 있는 백신 개발을 시작했다. 

사스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추가 확진자가 아직 없지만 메르스의 경우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여전히 감염자가 나오고 있어 언제든 유행 확산 우려가 있다. 

GC녹십자가 개발하는 '범 코로나' 백신은 현재 후보물질 발굴 과정에 있다. 앞으로 동물실험과 임상시험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 제넥신 'DNA백신' 6월 임상시작…아이진 'mRNA 백신' 2021년 초 임상

비교적 덩치가 작은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백신 개발에 나섰다. 

국내 기업들 중 제넥신이 백신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지난 달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백신 후보물질 'GX-19'에 대한 임상1·2a상(1상과 2상 전기 연계 진행)을 승인받고 같은 달 19일 사람 대상 첫 투여를 시작했다. 

제넥신은 9월까지 임상1상을 마무리 한 뒤 임상2a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를 연말까지 완료한 뒤 2021년 임상2b·3상 진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든 임상에서 합격점을 받으면 2022년 상용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일반적인 백신은 독성을 제거한 항원(바이러스 단백질)을 체내 주입해 기억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킨 뒤, 이 면역세포들이 실제 체내 유입된 바이러스를 공격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제넥신의 GX-19는 디앤에이(DNA) 백신으로 조금 다르다. GX-19는 항원(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인체에 투여해 면역세포를 활성화 시키는 작용기전을 갖는다. 단백질이 아닌 유전자를 투입하면 이 유전자에서 만들어지는 여러 항원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면역활성 유도가 가능하다. 

다만 기존 백신들과 다른 개발 형태인 만큼 임상을 통한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넥신은 이 연구개발을 위해 국제백신연구소(IVI), 한국과학기술원(KAIST), 포스텍(POSTECH), 제넨바이오, 바이넥스 등 5곳과 컨소시엄을 이뤘다. 

다른 바이오벤처 기업 아이진은 DNA가 아닌 '메신저 알앤에이(mRNA)'를 백신 물질로 선택했다. 단백질은 'DNA→mRNA→단백질'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데, mRNA를 주입하면 DNA부터 시작되는 단계가 생략되는 셈이 된다. 

이에 따라 DNA 백신에 비해 보호기술이 추가돼 개발 시스템이 복잡하고 단가도 비쌀 수 있지만 소량 접종만으로도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소규모 생산시설에서 대량생산도 가능해진다. 아이진은 2021년 초 임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러한 백신물질을 체내 세포 안으로 넣는 운반 시스템이 필요하다. 아이진은 컨소시엄 협력을 통해 이를 해결했다. 아이진이 택한 운반 시스템은 인체 안전성이 확인된 양이온성 리포좀이다. 이를 통해 mRNA를 리포좀 밖 표면에 붙일 수 있고, 안쪽에도 넣을 수 있다. 

컨소시엄 기업 중 팜캐드는 백신 물질인 항원을 디자인했고, 티리보스는 mRNA 골격을 만들었다. 티리보스는 가톨릭대학교(남재환 교수)로부터 이를 기술이전받았다. 면역유도에 최적화된 구조라는 게 특징이다. 

그 밖에도 국내 기업 보령바이오파마와 스마젠, 지플러스생명과학 등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시작했다. 

박소연 기자 p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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