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안 수용하자니 배임 문제 걸리고 거부하면 지탄의 대상 우려
판매사에 권고안 송달은 아직…판매사 이사회서 '격론' 불가피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환매 중단된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에 대해 투자원금 전액 배상 결정을 내리면서 판매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분조위의 결정을 그대로 수용하자니 배상금액 부담이 클 뿐만 아니라 배임문제로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반대로 거부하기에는 금감원의 눈치도 보일 뿐더러 사회적인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판매사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한 셈이다.

분조위는 지난달 30일 회의를 열고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 신청 4건에 대해 민법 제109조인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해 사상 첫 100% 배안 결정을 내렸다. 이미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인 라임 무역금융펀드의 부실을 감추고 판매했다는 게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분조위의 결정은 권고 사항이며 법적 강제력은 없다. 따라서 은행이 수용하지 않으면 조정이 성립하지 않고 추후 소송을 통해 한 번 더 다퉈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은 "판매사들이 수용할 것으로 본다"는 압박성 발언도 내놨다. 판매사들이 1차적인 책임을 진 뒤 향후 운용사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하라는 것이다.

분조위의 이 같은 결정에 은행을 비롯한 판매사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별로 보면 우리은행이 650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신한금융투자 425억원, 하나은행 364억원, 미래에셋대우 91억원, 신영증권 81억원 등 총 1611억원이다.

5일 판매사들에 따르면 분조위로부터 분쟁조정 권고안 결정문을 아직 받지는 않았다. 권고안 결정문은 통상 분조위에서 결정을 내리면 금감원장 결재 등의 과정을 거쳐 7~10일 뒤에 판매사로 송부된다고 한다.

판매사들은 권고안 결정문을 받은 시점부터 20일 내에 권고안 수용 여부를 분조위에 통보해야 한다. 한 번 정도 연장을 요청할 수도 있다. 권고안이 도달하면 판매사들은 이사회 등을 거쳐 수용 여부를 논의하는데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전액 배상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는 판매사들이 결국 권고안을 수용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판매사들의 분조위 권고안 수용 여부는 미지수다. 되레 부정적인 전망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일단 판매사들과 분조위 간에는 이번 사안에 대한 인식의 간극이 크다. 판매사들은 자신들도 피해자인데 전액을 자신들에게 배상하라는 결정은 과하다고 보고 있다. 나아가 금감원이 판매사들에만 책임을 지운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판매사들 사이에서는 분조위의 결과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라임 무역금융펀드 외 다른 사모펀드 환매 중단 분쟁에서도 자신들이 부담을 모두 짊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배임 등 법률적인 문제도 걸림돌이다. 분조위의 권고대로 전액배상을 해준 뒤 운용사에 대한 구상권 행사에서 돈을 회수하지 못하면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법률적인 문제에 대한 검토가 분명히 필요하다"며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금감원이 아니라 법원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분조위의 결정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수용 결정이 쉽게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분조위 권고안을 수용할 경우 전액배상이라는 선례가 될 수도 있고 배임 문제로 인해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거부할 수도 없기에 결국 배상 비율을 조정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판매사들이 결국 분조위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상존한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고객의 입장에서 법률의 테두리 내에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대한 좋은 쪽으로 논의를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연 기자 l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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