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추진, '美 내부 정치'로 규정…"휘둘리지 않아"
11월 대선까지 '정면 돌파전' 집중하며 관망 예상

북한이 4일 한미 양측에서 불거진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비난하며 대화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북미 정상회담 추진을 '미국 내부 정치'로 규정하며 대화판 복귀를 거부한 것인데 당분간 민생 챙기기에 집중하며 미 대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관망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지금과 같은 예민한 때에 조미(북미) 관계의 현 실태를 무시한 수뇌회담(정상회담)설이 여론화되고 있는 데 대해 아연함을 금할 수 없다"라며 한미에서 제기된 10월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불식했다. 

최 제1부상이 밝힌 '대화 거절' 이유는 3차 북미 정상회담이 미국 내부 정치의 도구로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임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선거 전략에 따른 정상회담일 뿐 자신들의 이익과는 전혀 부합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최 제1부상은 "이미 이룩된 수뇌회담 합의도 안중에 없이 대조선(북) 적대시 정책에 집요하게 매어달리고 있는 미국과 과연 대화나 거래가 성립될 수 있겠는가"라며 "조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루어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와 판을 새롭게 짤 용단을 내릴 의지도 없는 미국이 어떤 잔꾀를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오겠는가 하는 것은 구태여 만나보지 않아도 뻔하다"며 "그 누구의 국내 정치 일정과 같은 외부적 변수에 따라 우리 국가의 정책이 조절 변경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여기에는 향후 북미 협상의 향방을 결정지을 미국 대선 정세를 두고 본 후 대화에 나설지를 계산해 보겠다는 셈법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불투명한 만큼 섣불리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번 '대화 거부' 담화가 미국의 대북 협상 실무자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최 제1부상의 이름으로 나온 것도 미국의 움직임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 

최 제1부상은 이전 북미 정상회담 및 북미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비건 특별대표의 카운터파트였다. 2018년 북미 협상의 핵심 실무자로 북미 간 채널을 담당했지만 최근 공개 활동이 없다가 비건 특별대표의 방한에 맞춰 입장을 낸 것이다. 

최 제1부상의 담화는 최근 국내에서 재점화된 '운전자론'도 사실상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 제1부상은 "당사자인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의식하지 않고 섣부르게 중재 의사를 표명하는 사람이 있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했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30일 한-EU(유럽연합) 화상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미국 대선 이전에 북미 간에 다시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데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정부의 '촉진자', '중재자' 역할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날 담화의 내용으로 미뤄봤을 때 북한은 최소 오는 10월이나 미 대선이 있는 11월까지는 자력갱생을 바탕으로 한 '정면 돌파전'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제1부상이 "우리는 이미 미국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전략적 계산표를 짜놓고 있다"라는 대목도 대북 제재에 맞서 자력갱생으로 내부 힘을 키우면서 전략을 구상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북한은 앞서 지난달에도 리선권 외무상과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명의 담화를 잇달아 내고 '미국에 맞서 힘을 키우겠다'라는 주장을 한 바 있다. 

민대호 선임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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