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가능성 일축…"미, 북미대화 정치적 도구로 여겨"
'카운터파트' 비건 내주 사흘간 방한…판문점 접촉여부 관심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북한이 4일 미국 대통령선거 전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최근 집중적으로 제기되는 데 대해 미국과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조미(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최 제1부상은 "나는 사소한 오판이나 헛디딤도 치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후과를 초래하게 될 지금과 같은 예민한 때에 조미 관계의 현 실태를 무시한 수뇌회담설이 여론화되는 데 대해 아연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이룩된 정상회담 합의도 안중에 없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미국과 과연 대화나 거래가 성립될 수 있겠느냐"면서 "우리와 판을 새롭게 짤 용단을 내릴 의지도 없는 미국이 어떤 잔꾀를 가지고 다가오겠는가 하는 것은 굳이 만나보지 않아도 뻔하다"고 단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10월의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로 북미정상회담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전망이 한미 양국에서 나오는 데 대해 정상회담 무용론을 분명히 표명한 것이다. 

최 제1부상은 특히 "그 누구의 국내 정치 일정과 같은 외부적 변수에 따라 우리 국가의 정책이 조절 변경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를 위한 '이벤트' 차원의 북미정상회담에 응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의 담화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 특별대표가 오는 7~9일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나와 미측에 경고 및 압박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 제1부상의 카운터파트인 비건 부장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한 화상회의에서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서도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비건 부장관 방한 기간 판문점에서 북측 인사 접촉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최 제1부상은 담화에서 "미국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적 계산표를 짜놓았다", "우리의 비핵화 조치를 조건부 제재 완화와 바꿔먹을 수 있다고 보는 공상가들" 등의 표현을 통해 일시봉합식 협상에는 관심이 없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또 "당사자인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는 전혀 의식하지 않고 섣부르게 중재 의사를 표명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북미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내비친 한국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최 부상은 그러나 미 정부나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원색적이거나 자극적인 비난을 하지 않아 대미 메시지 수위를 조절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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