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HDC·애경·이상직정부 의원 연달아 만나
"주무 부처 역할·책임 회피 위한 꼼수" 비판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3일 항공업계 인수·합병(M&A) 관련 기업 CEO를 잇달아 만났다. 연초부터 코로나19 등 외부 변수로 항공업계가 고사 수준의 타격을 입으면서 M&A가 지지부진해지자 주무 부처가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항공업계에서는 김현미 장관과 CEO 면담을 두고 이미 시기가 늦어 안타깝다면서도 M&A가 성사 된다면 '결정적인 한 방'이 될 것으로 봤다. 일각에선 정부의 뒤늦은 개입에 대해 탐탁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4일 국토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전날 김현미 장관은 정몽규 HDC현산 회장과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차례로 만나 진행중인 M&A 관련 면담을 나눴다. 김 장관은 기업별 M&A 진행 경과와 입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적극적인 노력을 당부했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협상에 있고, 애경그룹은 이스타항공을 인수 협상 중인 제주항공의 모기업이다. 이상직 의원은 이스타항공의 창업주다.

김 장관은 "각 당사자의 명확하고 수용 가능한 대안 제시를 통해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명확한 인수 의지를 보일 경우 국토부와 관계부처가 긴밀히 협의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최대한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그동안 기재정부, 금융위원회, 산업은행 등 관계부처 및 정책금융기관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M&A를 지원해왔다. 그러나 연초부터 코로나19로 항공산업이 고사 상태를 맞으면서 M&A가 지연됐다.

최근 M&A 종결시한이 임박해서도 당사자 간 해법이 마련되지 못하면서 조종사와 승무원 등의 고용불안과 항공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항공사 인허가와 취소, 노선권 등을 담당하는 국토부가 M&A에서는 한발 물러서 있다 지금에서야 중재에 나선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그동안 뒷짐만 지고 코로나19 핑계만 대다가 이제와서야 나서는 것은 '뭐 했느냐'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두 건의 M&A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주무 부처의 역할과 책임론이 대두될 것을 우려해 뒤늦게 '시늉'에 나섰다는 비판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방관하던 김 장관이 직접 중재에 나선 건 제주항공이 인수 포기로 가닥을 잡았다는 얘기가 파다하게 퍼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이어 "대한항공만 살리고 이번 기회에 항공사들이 자연적으로 정리되기를 바라는 대마불사 논리가 결국 지금의 사태를 빚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인영 기자 liym2@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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