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장편 '달 너머로 달리는 말' 출간 간담회

김훈 작가가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디어라이프에서 열린 신작 장편소설 '달 너머로 달리는 말' 출간 간담회에서 취재진 질의를 듣고 있다.
김훈 작가가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디어라이프에서 열린 신작 장편소설 '달 너머로 달리는 말' 출간 간담회에서 취재진 질의를 듣고 있다.

한국사회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치열하게 '적'을 만들며 싸워오고 있다. 부처님의 자비를 국가 이데올로기로 삼은 고구려, 백제, 신라 등이 존재한 한국 고대에는 '피가 강물처럼 흘러서 방패가 떠내려갈 정도'(삼국사기)로 서로에게 적개심을 가지고 싸웠다. 현재도 진보, 보수 등으로 나뉘어 상대에 분노하고 있다. 

김훈 작가(72)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대체 무엇 때문에, 무얼 위해서 매일 서로 싸우고, 죽였는지 말이다. 김훈의 신작 장편 소설 '달 너머로 달리는 말'(파람북)은 이같이 이해할 수 없는 적대감, 적개심의 뿌리를 알기 위해, 그리고 이런 야만적인 풍경을 그리기 위해 나왔다.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디어라이프에서 만난 김훈은 "역사가들도 설명하지 못하는 야만의 문화가 기록된 모습을,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고 짓밟히면서도 저항하고 도망치지만 다시 잡혀오는 생명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설은 가상의 시공을 무대로 한다. 나하라는 강을 사이에 두고 유목집단인 초나라, 농경집단인 단나라가 소수부족들을 통합해 지배세력을 형성한다. 이들은 전쟁과 일상이 구분되지 않는 삶에 산다. 야만과 문명이 화합할 수 없는, 이념이 부딪치는 처절함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김훈은 가상의 소설에서도, 실존하는 사회에서도 두드러지는 야만의 모습으로 '약육강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간을 제시한다. 김훈은 "인류사회 모든 혁명은 인간이 약육강식을 건들 수 없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며 "이런 문제가 일상화되고, 제도화돼서 사람들은 이 세계를 본래 이렇게 생겼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김훈은 이 문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약육강식을 심화하는 방식으로 굳어져버리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진 자들이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린 역사적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인간의 선의에, 작은 양심에 호소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김훈의 이번 소설은 야만에 대한 뿌리를 찾기 위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말'이 제목과 내용에서 중요한 캐릭터로 등장하고, 그동안의 작품과 달리 가상의 시공을 형성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는 이에 대한 설명도 이날 풀어냈다.

그는 "10여년 전 미국에 갔을 때 인디언들이 사는 마을에서 야생마들을 봤다"며 "수백 마리의 말들이 어둠 속에 있었는데, 각각 혼자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말에 대해 써야겠구나라는 강한 충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돌아와서 말에 관한 각종 자료를 읽고, 고대국가들의 신화와 미신의 파편을 머릿속에서 재구성해나갔다"고 했다.

또한 가상의 시공을 형성한 것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인류사에 없었던 시공을 설정했는데, 그건 불가능한 것이었다"라며 "인간의 상상이 역사적 시공을 벗어나는 건 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며 소회를 밝혔다. 이기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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