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부장판사 배제" 요구 청와대 청원 41만명 돌파
재판부, 오 판사 교체…과거 성범죄 재판 두고 논란

민중당 비례대표 후보 등 당원들이 3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2층 중앙홀에서 오덕식 판사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사진제공=민중당)
민중당 비례대표 후보 등 당원들이 3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2층 중앙홀에서 오덕식 판사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사진제공=민중당)

아동 성착취 촬영물을 만들어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공범 이모(16) 군의 사건을 맡은 부장판사가 교체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군 사건의 담당 재판부를 형사2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에서 형사22단독 박현숙 판사로 재배당한다고 30일 밝혔다.

오 부장판사 교체는 과거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된 판결을 내렸다는 비판을 받고 사건에서 제외시켜야한다는 국민청원이 직접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오 판사를 사건에서 제외시켜달라는 국민청원은 30일 오후 7시 현재 41만명을 돌파했다. 오 부장판사는 국민 여론이 악화되자 스스로 재판을 맡지 않겠다는 뜻을 법원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판사가 교체되면서 그가 담당했던 성범죄 판결이 재조명되고 부적절할 정도로 문제가 있다는 견해와 '증거재판주의'에 입각했다는 시각으로 갈리고 있다.

◇ 재판부 배정된 오덕식 판사 물러난 근거는…사건배당 예규 '현저한 사유'

사건 배당이 확정돼 사건 배당부에 등록한 이후는 원칙적으로 재판부를 변경할 수 없다. 그러나 오 판사는 1심 재판부로 사건이 배정된 후 다음달 20일 재판을 앞두고 갑자기 바뀌었다. 

오 판사 교체는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 제14조 제4호에 따른 것으로,  "배당된 사건을 처리하는 데 현저히 곤란한 사유가 있어서 재판장이 그 사유를 기재한 서면으로 재배당 요구를 한 때"를 재판부를 바꿀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규정의 '현저한 사유'는 오 판사를 사건에서 제외시켜달라는 국민청원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n번방’ 담당 오덕식 판사의 자격 박탈을 요청하는 청원 글이 올라온 이래 30일 오후 7시 현재 41만명을 돌파했다.

오 판사가 국민 여론이 악화되자 스스로 재판을 맡지 않겠다는 뜻을 법원에 전한 것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법원은 "위 사건을 처리함에 현저히 곤란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고, 담당 재판장이 그 사유를 기재한 서면으로 재배당 요구를 했다"며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 제14조 제4호에 따라 재배당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설명에 따르면 형사20단독의 대리부는 형사21단독 인진섭 판사인데 형사21단독은 성범죄 전담부가 아니다. 그래서 대리부인 형사22단독 박현숙 판사에 배당됐다. 성범죄 전담부는 형사13·14·16·20·22단독이다.

◇오 판사의 성범죄 재판 평가… "현격한 문제 "vs "관행"

오 판사의 주요 성범죄 사건 판결 내용을 국민 정서가 납득하지 못하는 점은 이미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입증됐다. 성범죄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로서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여론이다.

그런데 개별 사건들을 둘러싼 법률관계, 다른 판사들의 유사 사건 판결 등을 놓고 따져보면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아 보인다.

우선 국민적 관심사였던 두 여성 연예인 관련 사건 판결을 살펴보자. 오 판사는 지난해 8월 고(故) 장자연씨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조선일보 기자 조모씨에 대해 "강한 의심은 들지만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9월에는 고 구하라 씨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전 남자친구 최씨에게 "촬영이 구씨의 의사에 반한 것은 아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최씨의 다른 혐의인 협박·강요·상해·재물손괴만 유죄로 인정했다.

여론의 관심과 공분이 집중된 사건에서 피의자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국민정서를 무시한 판결을 했다는 비판이 오 부장판사에게 쏟아졌다. 파렴치한 성범죄자를 적극적으로 단죄하는 판결을 냈어야 했다는 것이다.

우선 구하라씨 남자친구 사건과 관련해선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촬영에 동의한 경우에만 '몰카범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구씨가 촬영에 대해 직접적인 동의표시를 하지 않은 이상 간접적인 정황들을 이유로 들어 무죄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 부장판사가 좀 더 적극적으로 유죄 근거가 될 법리를 살폈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런가 하면 오 판사의 판결이 '증거재판주의' 원칙에 비춰볼 때 납득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고 보는 법조인들도 적지 않다.

일례로 장자연씨 사건의 경우 정황상 유죄인 것으로 강하게 추정되더라도 이를 입증한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피의자에게 유리한 판단, 즉 무죄를 선고하는 것은 판사의 적법한 재량이라는 지적이 있는 것이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판사는 유죄의 결정적 증거가 없는 한 무죄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형사법 원칙에 따라 판결해야 한다"며 "유죄라는 확신이 들 정도의 입증이 없다면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 맞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오 판사가 과거 춘천지법 재직시절 판결을 내린 두 건의 아동음란물 사건도 논란의 대상이다. 양형기준을 어겨가며 성범죄자를 선처했다는 비난이 제기됐다.

오 판사는 2013년 4월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 파일 1100여개를 인터넷 'P2P(peer to peer)' 사이트에 게시·유포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40대 남성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최대 징역 15년까지 선고할 수 있는 범죄였지만 오 부장판사는 "다시는 음란물을 소지하거나 유포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며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로 판결했다.

그리고 같은 해 6월에는 아동·청소년 음란물 5100여개를 외장 하드 22개에 나눠 보관한 30대 의사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최대 징역 1년까지 선고할 수 있었는데도 "아동 음란물과 성인 음란물을 구분해 보관하고 아동 음란물은 공유 설정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며 벌금형을 내렸다.

오 판사의 이런 판결은 국민 정서와 크게 동떨어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단, 아동음란물죄를 규정한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11조에 대한 법원의 양형기준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여서 오 부장판사가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한 것이 '양형기준 위반'이라고 규정할 근거는 현재로선 없는 실정이다.

또, 다른 판사가 내린 아동음란물죄 판결과 비교할때 오 부장판사가 내린 형벌과 형량이 크게 두드러졌다고 보기엔 애매한 구석이 있다.

법원의 사법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내려진 아동음란물 1심 판결 535건 중 징역형이 선고된 것은 322건(60.2%)이었다. 징역형이 선고된 사건 중에서도 168건이 집행유예가 선고돼 징역형 실형을 사는 비율은 전체 사건의 28.8%에 불과했다. 대신 벌금형이 132건(24.7%)을 차지했다.

징역형의 형량별 비율은 법원 양형위원회가 지난 2월 발표한 양형위 100차 회의자료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형량이 1년 이상인 경우는 6.4%에 그쳤고, 83.9%가 6개월 이하였다.

법원 관계자는 "오 판사가 내린 모든 성범죄 사건 판결을 검토한 것은 아니지만 알려진 판결 중에서 일반적인 통계수치를 크게 벗어난 판결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결국 '솜방망이 처벌'은 오 판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법부 전반의 문제였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 여성 비하발언 논란 불러…성범죄 전담판사 배치 문제

여성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전력이 있는 오 부장판사가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성범죄 사건의 재판을 맡았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오 판사는 2013년 하반기 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실무 강사로 파견된 적이 있는데, 그해 11월 강의 도중 '여성 비하'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킨 사실이 있다. 당시 재학생들을 상대로 확인한 결과 오 판사는 "(여성 변호사는) 부모가 권력자이거나, 남자보다 일을 두 배로 잘하거나, 얼굴이 예뻐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 판사는 학생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다음 수업에서도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가 언론에 보도된 뒤 다른 판사로 교체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후 약 5년여 경과한 2019년 2월 오 판사는 서울중앙지법의 성 범죄 사건 전담 재판부에 배정됐다. 당시 오 판사는 서울중앙지법 내 총 5개의 성범죄 사건 전담 단독 재판부 중 한 곳에 배치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된 성범죄 사건 중 단독사건(판사 한 명이 심리하는 단독재판부가 맡는 사건)의 경우 무작위 추첨을 거쳐 5건 중 1건의 비율로 오 판사의 판단을 받게 돼 있었다.

오 판사를 성범죄 전담 판사로 배치한 법원의 결정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통상 특정 지방법원 내 판사 배정은 법원 사무분담위원회의 결정을 거쳐 이뤄진다.

또한 여성 비하 발언을 한 오 판사에게 징계처분을 내리지 않은 점도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 법관징계법은 '법관이 그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린 경우' 징계하도록 한다.

김성지 기자 ksjo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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