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km/h 이상 운전·안전운전의무 위반'이어야 처벌…"과실없이 형사처벌 불가"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어린이를 상대로 교통사고를 내 상해를 입히거나 사망하게 한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이른바 '민식이법' 시행을 두고 '과도한 형사처벌'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10일 국회를 통과한 뒤 100여일 만인 이달 25일 시행된 민식이법은 어린이 보호구역에 과속단속카메라나 과속방지턱, 신호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개정한 '도로교통법'과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관련 규정을 말한다.

이중 논란이 되는 것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규정이다. 운전자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시속 30km 이상으로 운전하거나 '안전운전의무'를 위반해 교통사고를 낸 경우에 적용된다. 어린이를 사망케 한 경우엔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고, 상해를 입혔다면 500만∼3000만원의 벌금이나 1년∼15년의 징역에 처한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를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벌할 수 있는 강력한 법이 시행되자 일부 운전자들은 '어린이 보호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잘못이 없는 운전자도 처벌할 수 있는 악법이 시행됐다'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 운전자 과실이 없어도 스쿨존 사고 발생 시 무조건 처벌? - 거짓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는 속력이 시속 10km든 20km든 어린이를 치거나 가만히 멈춰있는 차에 어린이가 와서 받아도 다 벌금 500만원부터 시작한다"라거나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사고를 내 민식이법이 적용되면 벌금 500만원부터 시작한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법은 개정돼야 한다"는 등의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운전자 과실이 없더라도 사고 장소가 어린이 보호구역이면 무조건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식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우선 민식이법은 명문상 어린이 보호구역 내 규정속도나 안전운전의무를 위반한 '과실 운전자'만을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 5조의13은 운전자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도로교통법 12조1항에 따른 조치(어린이 보호구역 통행속도 시속 30km 이내)를 준수하지 않거나,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할 의무를 위반해 어린이에게 교통사고특례법 3조 1항(교통사고로 인한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에 따른 사상)의 죄를 지은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한다.

즉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어린이를 상대로 교통사고를 낸 모든 운전자가 형사처벌되는 것이 아니라, 규정속도나 안전운전의무를 지키지 않은 탓에 어린이 교통사고를 낸 경우에만 형사책임을 지는 것이다.

더구나 '민식이법이 과실 없는 운전자도 처벌한다'는 주장은 '책임이 없으면 처벌도 없다'는 형법상 '형벌책임주의'에 반하기 때문에 우리 법체계에서는 성립할 여지가 없다.

법 조항이 구체적으로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형사처벌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도 많은 운전자들이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형사처벌 되는 것으로 오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법원이 민식이법상 안전운전의무를 기존보다 엄격하게 판단해 사실상 과실이 없는 운전자도 처벌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식의 막연한 불안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어린이를 상대로 교통사고를 내기만 하면 안전운전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그칠 공산이 크다. 법원은 그동안 일반적인 교통사고 사건에서 운전자에게 사고를 예측할 수 있는 '예견 가능성'이 있었는지나, 운전자가 도저히 사고를 피할 수 없었던 '불가항력적 상황'이었는지 등을 따져 안전운전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했다. 이 두 가지 판단 기준은 향후 민식이법 위반 사건에서도 그대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 민식이법, 쌍방합의는 의미 없다? - 일부 거짓

운전자 과실로 어린이가 사망할 경우, 무조건 징역이 확정되니 합의는 의미가 없다란 말도 나온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형법에서 명시하는 ‘작량 감경’ 조항에 따라 정상 참작이 이뤄진다면 감옥에 구금되지 않을 수 있다.

안전운전 의무를 위반하다 발생한 사망 사고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에 따라 형량은 절반 또는 1년 6개월까지 낮출 수 있다. 이에 따른 정상 참작이 이뤄질 경우 징역 3년까지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 있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에 따라 집행유예가 내려질 여지도 있다.

법정 하한선을 징역 3년으로 정한 것에 대해 법조계 우려도 나온다. 고의로 낸 교통 사망사고에 대해 살인죄(형법 24장 250조. 무기, 사형, 또는 5년 이상 징역)를 적용하는 현행법과 달리, 운전자 과실로 인한 사망사고 처벌에 형량 하한선을 뒀기 때문이다. 

김성지 기자 ksjo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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