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락세에 주유소 기름값도 하락하고 있지만 그 수준은 미미하다. 소비자들은 국제유가가 연초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는데도 국내 휘발유 가격 하락폭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28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26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ℓ)당 평균 1418.18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일대비 5.78원 하락한 것으로, 지난해 4월14일(1417.96원) 이후 최저치다.

1월 중순 1570원을 넘었던 휘발유 가격은 9주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6일 가격은 1월16일 기록한 연고점(1571.56원)과 비교해 153.38원, 9.8% 떨어졌다.

국내 기름값 하락 현상은 급락하고 있는 국제유가 흐름을 반영한 결과다. 1월초 배럴당 60달러대였던 국제유가는 20달러선까지 주저앉았다. '코로나19'(COVID-19) 사태 확산에 따른 원유수요 감소와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의 증산 경쟁이 원인이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23일(현지시각) 배럴당 24.60달러까지 떨어졌다. 2016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국제유가가 역사상 저점 수준에 도달했음에도 이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국내 휘발유 가격이 하락하긴 했지만, 국제유가가 연초 대비 60% 이상 떨어진 것을 고려하면 낙폭이 적다는 주장이다.

소비자단체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은 1월 첫주부터 2월 셋째주까지 석유시장을 분석한 뒤 "코로나19 사태로 전국적으로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현재 국제유가 하락에 비해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은 충분히 인하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기간 국제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53.79원 떨어진 반면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은 20.18원 줄어든 데 그쳤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국제유가와 국내 기름값 하락폭의 차이에 대해 "유가하락이 국내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정유사가 수입한 원유를 정제과정을 거쳐 공급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변동이 국내 석유제품 판매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데에 통상 2~3주가 소요된다.

또 국내 기름값은 원유시장 가격이 아니라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과 환율을 기준으로 시장경쟁 상황 등을 감안해 결정된다는 점도 이유로 든다.

전체 판매가격에서 유류세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도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국내 휘발유 소비자가격은 크게 △정유사 공급가격 △세금 △유통비용 △주유소 마진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휘발유 1리터 값에 붙어있는 세금을 보면 교통에너지환경세가 529원, 교육세(교통세의 15%), 주행세(교통세의 26%), 부가세(세후 가격의 10%) 등으로, 판매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에 달한다. 실제로 지난해 9월 기준 주유소 휘발유 가격 1528.27원 중 세금은 884.91원으로 57.9%에 달했다.

세금이 정액제로 부과되기 때문에 실제 소비자가 구매하는 기름값의 하락폭은 국제유가 하락폭에 미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기름값이 오를 땐 빨리 오르고, 내릴 땐 천천히 내린다는 것은 오해"라며 "국제유가가 10% 하락할 때 실질적 소비자가격 하락은 세금을 제외한 4%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임인영 기자 liym2@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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