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만기 차입금만 4.3조원 규모, 감사보고서는 이미 영속성에 의문제기
추가 자금 수혈 불가피, 채권단 두산그룹 차원 강도 높은 자구책 요구

두산중공업이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받는다. 이번 지원을 위해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등 오너일가 32명이 보유한 지분을 담보로 잡힐 정도로 유동성 위기는 심각하다.

그간 재계와 금융업계에서는 수직 계열화된 두산그룹에서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의 부실은 두산그룹 전체의 위기로 확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27일 두산중공업에 대한 채권단 금융지원 방안 발표에서 "(두산그룹 오너일가) 총 32명이 보유하고 있는 보유주식이 순위에 관계없이 다 담보로 들어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산이 회사채 발행이 어렵다고 했는데 얼마나 어려운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최 부행장은 "이달 16일까지 정상적으로 발행하던 전자단기사채가 17일부터 다 막혔다. 비슷한 신용등급의 타 대기업들도 비슷하다"고 어려운 상황을 전했다.

그는 "두산그룹의 자구안은 스스로 합리적으로 마련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면서도 "두산밥캣이나 두산인프라코어 등은 재정 건전성이나 영업환경이 아직 나쁘지 않아서 사업 재편 등을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두산중공업에 따르면 당장 올해 안에 이 회사가 갚아야 할 차입금은 약 4조2800억원에 달한다. 두산중공업은 이번에 지원받는 자금을 상반기 중 만기가 도래하는 57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 전단채 등을 막는 데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4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5억달러(약 6000억원) 규모의 외화공모사채 의 경우 지급보증을 섰던 수출입은행의 대출 전환으로 급한 불을 끄고, 5월로 예정돼 있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상환 규모는 4000억원 수준으로 자체 보유한 자산과 현금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 밖에 2조3000억원 규모의 은행권 대출은 상환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넘길 계획이다.

당장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지만, 두산중공업의 은행권 전체 채권액만 4조9000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추가적인 자금 수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구나 두산중공업의 부실은 모회사인 ㈜두산,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 등으로까지 번질 수 있어 이번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는 두산그룹 전체의 위기로 인식되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최근 공시한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개별제무재표 기준 두산중공업의 차입금 규모는 4조1890억원으로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3조5013억원이나 많다.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도 유동차입금이 7조4143억원으로 유동자산을 4조4216억원이나 초과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2019년 재무제표 감사를 진행한 삼정회계법인은 이와 관련,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초래한다"며 "부채상환과 기타 자금수요를 위해 필요한 자금조달 계획과 안정적인 경상이익 달성을 위한 재무 및 경영개선 계획의 성패에 따라 그 타당성이 좌우되는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라는 감사의견을 밝혔다.

이는 쉽게 말하면 두산중공업이 부채상환을 위한 자금조달 계획을 마련하고, 이와 함께 안정적인 사업을 지속하지 않는 이상 더 이상 기업 유지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뜻이다.

두산중공업은 문재인 정부 탈(脫)원전 정책의 최대 희생양으로 꼽히지만, 발전시장의 수요 감소가 유동성 위기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2017년만 하더라도 두산중공업은 자회사 실적을 제외한 별도 재무제표 기준, 매출 4조3367억원, 영업이익 2263억원, 당기순이익 158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탈원전으로 정책으로 원전 사업에 차질을 빚었던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두산중공업의 별도 기준 매출은 3조7086억원, 영업이익은 876억원, 당기순손실은 4952억원이었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2014년에서 2016년도까지 5조원대의 평균 매출이 있었는데, 2017~2019년까지는 4조원대로 떨어졌다"며 "1조원 매출이 감소했는데, 해외발전 매출이 82% 차지하고, 각국의 발전수요가 감소한 것을 감안하는 것과 원전 발주가 지연되는 것 등에 따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이 이미 시행하겠다고 밝힌 희망퇴직과 휴업 검토에 이어 추가적인 자구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두산그룹은 이날 입장 자료를 내고 "두산그룹은 자구노력을 성실히 이행해 빠른 시일 내 두산중공업의 정상화를 이루고 대출자금을 상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더 나아가 우리나라 경제와 국민들에게 보답하겠다는 자세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