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대부분 내는 대기업·중견기업 면세점 임대료 인하 '외면'

"이러다가 줄도산하고, 다 같이 망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비싼 임대료를 고집하는 인천공항공사에 한 면세점 관계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손님이 뚝 떨어졌어도, 비싼 임대료는 그대로 받아 가는 것이 '착한 건물주'와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사실 인천공항의 임대료는 비싸기로 유명하다. 강남 상권 저리 가라 할 정도다. 지난해 인천공항이 면세점 임대료로 받은 돈만 1조761억원에 달한다. 이중 대기업이 9846억원(91.5%) 내 대부분을 차지했다. 대기업 면세점이 한 달에 800억원 넘게 낸 셈이다.

문제는 코로나19로 공항 이용객이 줄어들면서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왔다는 점이다. 인천국제공항은 지난해 여행객 수가 일평균 22만명 정도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5000명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당연히 면세점 매출은 말이 아니다. 지난달은 평소의 반 토막 수준이고 3월은 더 심각하다. 매출에서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육박했다.

사실상 장사를 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셈이다. 1000원어치를 팔았다면 임대료(800원)와 원가(600원), 인건비(300원)를 빼고 700원 적자라고 하소연한다.

면세점 업계는 "언제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다"며 "코로나19보다 장사 안되는 게 더 무섭다"고 토로했다.

실제 해외공항의 경우 면세점 임대료는 대부분 여행객 수(PAX)에 연동돼 있어 여행객 수가 줄면 임대료도 줄어든다. 반면 인천국제공항은 여행객 수와 상관없이 최소보장액을 징구하고 있다.

이번에도 인천공항은 중소기업에만 임대료를 낮췄을 뿐 대부분의 임대료를 부담하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대해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중소기업 면세점이 인천공항에 낸 임대료는 3.1%(338억원)에 불과하다. 인천공항이 중소기업만 임대료를 깎아준 것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반대로 중견기업과 대기업 면세점까지 임대료를 내리면 타격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임대료 인하에 나서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착한 임대료 운동'의 기본 정신은 고통 분담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인천공항의 머뭇거림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아무리 잘되는 상권도 상생하지 않으면 금방 죽는다. 가로수길에서, 경리단길에서 이미 우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을 경험했다. 인천공항이라고 예외란 법은 없다.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면세점 철수가 이어지면 인천공항이 그동안 쌓아온 경쟁력도 한순간에 땅에 떨어질 수 있다. 부디 인천공항이 '황금알 낳는 거위' 배를 가르는 실수를 범하질 않길 바란다. 

이상연 기자 l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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