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겨냥…민주당 '제1당' 위기론
여당발 비례정당 창당 논란…찬반 입장 갈라져
친여 선거연합정당과 '연대' 무게… 정의당 등 반발

2월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제1차 회의에서 김부겸(오른쪽) 공동선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월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제1차 회의에서 김부겸(오른쪽) 공동선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오는 4월 15일 치러질 제21대 총선이 채 5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른바 ‘비례정당’ ‘위성정당’이 최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 처음으로 적용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라 ‘비례정당(위성정당)’ 이 차지하는 의석수가 결정되고, 이는 곧 각 당의 전체 의석에 연결된다. 즉, ‘비례정당’의 총선 결과에 따라  ‘제1당’이 좌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비례정당’ 창당을 놓고 논란이 이는 것은 자칫 이번 총선에서 ‘제1당’의 위치를 야당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민주당이 지역구 선거에서 야당에 승리하더라도 비례대표 의석에서 크게 밀릴 경우 ‘제2당’으로 추락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야당의 정치적 공세에 따른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친여(親與) 단체와 인사들을 주축으로 비례위성정당 창당이 본격화되는 것이나 당 주요인사들이 비밀리에 비례정당 논의를 한 사실이 알려져 파장을 일으킨 것은 21대 총선에 대한 민주당의 우려와 불안을 반영한 것이다.

반면, 민주당 내에서는 ‘위성정당’이 당의 정당성과 정체성과 맞지 않아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정의당 등 범여권 정당들의 강력한 저항도 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하는 것을 주저하게 한다.

그러나 ‘조국사태’ 여진과 경제불황,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문제로 여권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하거나 연대라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 민주당 흔드는 ‘비례위성정당’ 논란

현재 296명의 국회의원을 정당, 또는 교섭단체 별로 분류하면 더불어민주당이 129석(43.73%),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주축을 이룬 미래통합당이 116석(39.32%)으로 두 정당이 압도적 다수를 이루고 있다.

교섭단체인 민주통합의원모임에는 바른미래당(7), 대안신당(7), 민주평화당(4), 무소속(2) 의원들이 소속해 있다.

비교섭단체인 바른미래당(1), 정의당(6), 미래한국당(5), 민중당(1), 우리공화당(1), 무소속(16) 의원들이 있다.

이번 21대 총선에는 전국 정당 득표율에 맞춰 비례대표 의석수를 배분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적용된다.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수가 전국 정당 득표율에 미치지 못하면 비례대표 의석을 통해 총 의석을 보장하는 제도다.

415 총선에서는 기존과 같이 지역구 253명, 비례대표 47명을 선출한다. 다만 정당 득표의 연동률을 50%로 정했다. 즉 정당 득표율만큼 의석수를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절반만 보장한다는 것으로, 완전 연동형이 아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불리고 있다.

이때 연동률 50%는 비례대표 47석 전체가 아닌 30석에만 적용하기로 상한선(cap·캡)을 설정했다. 나머지 비례대표 의석인 17석은 기존 방식처럼 정당 득표율에 따라 단순 배분하는 방식을 따르게 된다.

이를 적용하면 정의당 등 정당 지지도보다 지역 기반이 약한 소수 정당에 한층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반면 지역구 의석을 많이 얻으면 정당 득표율이 높아도 비례의석을 챙길 수 없거나 확보할 수 있는 의석이 줄어든다. 미래통합당이 비례대표 전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한 이유다.

‘제1당인’ 민주당에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불리한 게 현실이다. 더욱이 415 총선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여권에 대한 지지율 하락은 민주당의  ‘제1당’ 유지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최근 민주당 안팎에서 ‘비례위성정당’ 논의와 주장이 나오는 것은 확고한 ‘제1당’을 유지할 수 있는 지엔 의문 때문으로 해석된다.

◇ 범여권 선거연합 정당 가속…민주당 선택은

민주당에서 비례위성정당이 거론된 것은 지난해 말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규정되면서다.

당시 선거법 개정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은 공공연하게 비례대표를 겨냥한 ‘위성정당’을 내세웠다. 반면 민주당은 일부에서 위성정당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꼼수정당’ ‘짝퉁정당’ 등의 비판론에 묻혔다.

그러나 21대 총선이 다가오고 여권에 대한 지지율이 요동치면서 비례위성정당 논란이 달아오르고 있다.

실제 친여 단체 인사들이 창당 작업에 나서고 있고, 당내 주요인사들이 비밀리에 비례위성정당 논의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민주당은 비례정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친문(親文) 세력을 중심으로 위성정당이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다.

민주화운동 원로와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이 28일 오전 서울 대학로 흥사단에서 미래한국당 저지와 정치개혁완수를 위한 정치개혁연합(가칭) 창당 제안 기자회견 열었다.
민주화운동 원로와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이 28일 오전 서울 대학로 흥사단에서 미래한국당 저지와 정치개혁완수를 위한 정치개혁연합(가칭) 창당 제안 기자회견 열었다.

주권자전국회의 등 친여 단체들은 28일 서울 종로구 흥사단에서 '미래한국당 저지와 정치개혁 완수를 위한 정치개혁연합 창당 제안'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에는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하승수 변호사, 배우 문성근씨 등이 참석했고 함세웅 신부, 한완상 전 교육부총리 등 40여명이 '창당 제안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범여권 정당의 비례후보를 모아 '선거연합 정당'을 창당하자고 했다.

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된 정봉주 전 의원은 28일 비례대표 정당인 '열린민주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했다. 정 전 의원은 여의도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래한국당의 비례 독점을 막기 위해) 통합 비례 정당을 만드는 길을 선택했다"며 "저희는 지역구 후보를 안 내고 비례 경쟁을 하겠다"고 했다.

열린민주당 창당준비위원장은 김대중 정부 때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이근식 전 의원이 맡았다. 이 위원장은 “미래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꼼수 정당의 총합이 국회 1당이 된다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정면 도전이 될 것"이라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가서는 안 될 길이지만 의석 왜곡과 민심 호도 막기 위한 결단이 불가피한 시점”이라고 했다. 250여명의 창당발기인은 대부분 민주당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민주당 핵심 의원 5명이 지난 26일 마포의 한식당에서 비례민주당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 5인은 이인영 원내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전해철 당대표 특보단장, 홍영표·김종민 의원이다.
이들 5인의 비밀회동을 보도한 중앙일보는 논의 과정에서 “(대통령) 탄핵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어쩔 수 없이 해야 하지 않겠나”란 말도 나왔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5인의 대화는 비례정당에 합의하면서 ‘비례 민주당을 만드느냐, 외부 세력과 연대하느냐’로 이어졌다. 윤호중 총장은 “왜 힘을 모을 세력이 없겠느냐”면서 연대론에 무게를 두었고, 김종민 의원은 “비례 정당을 만들자”며 독자 창당론을 주장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연대에 무게를 두면서 대상을 제한했다.

이러한 보도에 대해 당사자들은 ‘사실과 다르다“며 부인했다. 윤호중 총장은  “우리 당이 미래통합당과 같이 민심을 거역하는 범죄행위를 저질러선 안 된다는 게 대체적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비례정당 창당하자는 이야기는 분명히 아니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비례위성정당 창당을 놓고 내외부적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28일 당 선거대책위 회의에서 "민주당에서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반대했다. 윤호중 총장도 비례정당 가능성을 부인했다.

김부겸 의원은 29일 당내에서 ‘위성 비례정당’ 창당이 논의되는 데 대해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로나 사태 와중에 민주당 일각에서 위성 정당을 검토한다는 기사를 보았다”면서 “선거 얘기를 하는 게 한가로워 보이나, 짧게 제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저는 반대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소탐대실이다. 견리사의(見利思義)라고 했다”면서 “우리 민주당은 옳은 길로 가야 한다”고 썼다.

반면, '문재인 호위무사'로 불리는 최재성 의원은 27일 자신의 유튜브에서 "탄핵을 막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우리도 한국당(미래통합당)처럼 아예 비례후보를 안 낼 수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위성정당) 안 한다. 비례한국당말고 다른 범개혁정당을 찍어달라”고 해  민주당이 비례후보를 내지 않는 대신 다른 비례위성정당에 표를 몰아주자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미래한국당과 같은 방식인 셈이다.

민주당 홍보위원장을 지낸 무소속 손혜원 의원도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비례 정당 창당을 시사했다. 손 의원은 21일 “지금 저 무리들(미래통합당)이 비례대표당을 만들었지 않았나”며 “(진보 진영도) 비례정당을 하나 만들어야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 민주당, ‘창당’보다 ‘연대’에 무게…정의당 등 반발

민주당 안팎서 비례위성정당 창당을 놓고 논란이 이는 가운데 친여 비례정당과의 연대를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위성정당’ 창당이라는 비난을 피하면서 총선에 유리한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배경에서다.

여권에선 “ ‘정치개혁연합’이 범여권 비례후보를 모아서 창당한다면 민주당이 비례후보를 ‘파견’하는 명분이 생길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민주당에선 ‘위성정당’ 창당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가 높지만 '정치개혁연합'과 '열린민주당' 등 친여 비례정당과의 연대에 대해선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우리가 직접 창당하는 일은 분명히 없다"면서도 “밖에서 이런 저런 흐름이 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를 의병이라고 하는데 뭐라고 할 수도 없다”고 했다.

친여 단체들도 미래한국당에 맞서 범여권 정당의 비례후보를 모은 정당 창당이나 선거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하승수 변호사는 28일 "미래한국당이 '준연동형' 30석 중 21석을 가질 수 있다"며 "연합 정당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조성우 주권자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도 “민주당과 연대를 모색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친여 세력들이 비례정당 창당 내지 연대에 무게를 두면서 정의당 등 친여 군소 정당들이 반발하고 있다.

실제 민주당 외곽의 친여 세력들이 비례정당 창당에 나섰고, 민주당은 부인했지만 이들 외곽 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은 열어놓았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의석수를 대거 늘리려던 정의당이나 군소 정당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26일  "정의당은 이미 미래통합당이 만든 비례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가짜정당으로 규정하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면서 "그런데 민주당 일각에서도 스스로 '민주주의의 흑역사'라고 맹비난했던 비례용 위성정당 추진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비례정당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총선에서 보여온 범여권 정당 간 후보단일화 등 ‘선거 공조’에도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2012년 19대 총선 때 민주통합당(민주당의 전신)과 정의당의 전신인 통합진보당은 220개 지역구에서 후보 단일화를 했다. 그러나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정의당 현역 의원 지역구에 노동운동가 출신의 후보를 투입했고, 정의당도 당내 주요 인사를 지역구에 공천해 민주당 후보들과 경쟁에 나선 것이다.

대표적으로 민주당은 정의당 심상정 대표 지역구인 경기 고양갑에도 금융산업노조 수석부위원장 출신인 문명순 고양갑 지역위원장을 공천했다.

이인영 원내대표 지역구인 서울 구로갑에는 정의당 이호성 후보가 뛰고 있고, 작년 정의당과의 선거법 개정 공조를 주도한 홍영표 의원 지역구(인천 부평을)에는 정의당에서 김응호 후보가 출마했다.

민주당과 범여권 군소 정당 간 총선 ‘공조 전선’이 균열된 상태로 지속될지, 아니면 봉합수순을 밟을지는 민주당발 비례정당의 양태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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