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北도 있지만…결국 바이든의 중국 견제 큰 그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년 넘게 공석이던 주한 미국대사 자리에 '대북제재 전문가'이자 '외교 베테랑'인 필립 골드버그 주콜롬비아 대사를 내정했다. 북한과의 긴장이 심화되는 국면에서 베테랑 제재 전문가의 주한대사 임명 배경이 주목된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 정부는 최근 신임 주한미국 대사로 골드버그 대사를 내정, 우리 측에 아그레망(주재국 임명동의) 부여를 공식 요청한 상태다.

골드버그 내정자는 미 국무부에서 최고위 직급인 '경력대사'(Career Ambassador)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거물급'을 인사다. 또 전문 외교관이 주한 대사로 오는 경우는 지난 2011~14년 성 김 대사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 정부가 아그레망을 공식 부여하면 미국은 골드버그 대사의 지명을 공식 발표하고 이후 상원 인준 절차를 밟게 된다. 현재 외교가에서는 관련 절차가 빠르면 오는 3월 한국 대선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늦으면 여름 이후에나 부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작년 1월20일에 공식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주한 미국대사 자리를 1년 넘게 비워 놨다. 그간 하마평에 데릭 미첼 전 주미얀마 미국대사, 한국계인 유리 김 주알바니아 대사,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지난해 1월 해리 해리스 전 대사가 이임한 뒤 로버트 랩슨 전 대사관 공관차석이 같은해 7월까지 대리대사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후 크리스 델 코소 현 공관차석이 이 자리를 물려받은 상황이다.

반면 대중국 견제 성격의 비공식 협의체 '쿼드(Quad·미·일·인도·호주)와 안보동맹 '오커스(AUKUS·미·영·호주) 참여 국가 주재 대사직은 모두 채웠다. 이에 일부에서는 미국의 '한국 홀대'가 아니냐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이 대중견제에 외교 역량을 쏟으면서 북한 문제는 후순위로 다루고 있다는 걸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지부진한 인선이 1년만에 이뤄진 배경에는 결국 새로 들어설 한국 정부와 대중견제 문제, 그리고 북한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볼리비아·필리핀대사 등을 거친 골드버그 대사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경력대사' 직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저명한 외교관인 리처드 홀브록 전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특사의 사단으로도 활약했다.

아울러 그는 이른바 '강성 외교관'의 면모도 보인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6~8년 주볼리비아 대사직으로 있다가 반미 성향의 에보 모랄레스 정권과 각을 세워 '기피인물'로 지정돼 결국 추방된 이력이 있기도 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09~10년 국무부 유엔 대북제재 조정관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이행에 관한 업무를 총괄한 바 있다.

특히 그는 2009년 6월 당시 북한의 제2차 핵실험에 대응,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제1874호의 적극적 이행을 중국에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그가 주한 미국대사로 공식 부임할 경우, 미국이 대북제재를 더 강화하는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의 주한 대사 내정은 올 들어 극초음속미사일을 비롯해 미국에 대해 '대결전'을 강조하고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까지 단행한 북한에 던지는 메시지도 있다는 평가다.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중국 견제를 위한 목적도 담겨있다는 관측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엄청난 거물이 오는 것"이라며 "국무부의 주류 중 주류인 '홀브룩스 스쿨' 출신으로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그간 대사 중 가장 경험과 경륜, 경력이 화려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또 "바이든 대통령의 골드버그 주한 대사 지명의 목적은 결국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라며 "안보와 경제를 다 아우르는 대중 견제 강화에 일정한 역할을 부여받은 걸로 볼 수 있다. 한국은 그를 대북제재 전문가로 특히 부각하지만 바이든호의 중국 견제 기조의 큰 그림을 엿볼 수 있는 인선"이라고 덧붙였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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