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김일성 생일·한미훈련 있는 4월 강 대 강 본격화 예상"
일각선 美 '미니트맨-3' 시험발사·전략자산 전개 가능성 주목

북한이 전날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밝혔다.
북한이 미국령 괌 타격이 가능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실전배치하고 미국이 강경 대응하면서 북미 간 대치 국면이 심화되고 있다. 

북한이 31일 미국령 괌 타격이 가능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이 사실상 실전배치됐음을 확인했다. 미국은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군사적 대비 태세'도 강화해나갈 방침임을 밝혀 북미 간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이동식발사대(TEL)에 실린 채 발사되는 '화성-12형' 사진을 공개했다. 신문은 특히 우주에서 촬영한 지구 사진을 첨부했는데 미사일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의 완성도를 과시했다는 관측이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말 그대로 탄도미사일이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올 때 필요한 기술이다. 탄두부가 5000도 이상의 열과 높은 압력을 견딜 수 있게 하는 게 핵심이다.

그간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중거리급 이상의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실전배치' 수준으로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해 왔는데, 이번 '화성-12형' 발사로 기술 고도화도 어느 정도 확인된 셈이다.

그중에서도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는 것은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기술의 완성을 재확인하는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한이 지난 19일 정치국 회의 결정을 통해 핵실험·ICBM 시험발사 유예(모라토리엄) 해제를 시사한 가운데 실시한 이번 '화성-12형'의 '검수사격'과 대기권 재진입 기술 완성 시사는 다분히 미국을 향한 경고 메시지를 담았다는 평가다.

작년 1월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그간 '잘 조정된 실용적 접근'이라는 대북정책을 발표하고 대화와 외교적 관여, 최대한의 유연성 발휘 등을 강조해 왔다. 몇 차례 북한에게 '조건 없는 대화' 제의를 했지만 북한은 수용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외교가 안팎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최우선 외교 사안인 대(對) 중국 견제에 외교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만큼 북한의 '핵·ICBM 모라토리엄'이 지켜지는 수준의 한반도 상황 관리에 일단 초첨을 맞추고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그러나 모라토리엄 해제 시사에 이어 진행한 이번 '화성-12형' 검수사격은 북한이 조만간 '레드라인'을 넘을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바이든 행정부도 북한이 이달 5일과 11일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등 계속해서 무력시위 강도를 높이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북한 인사 6명 등을 제재 대상에 추가하는 독자 대북제재를 발표하는 등 대응의 강도를 높였다.

하지만 이후에도 북한은 무력시위 강행 기조를 철회하지 않았고 ICBM 시험발사 '초읽기'에 들어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에서 '군사대비 강화'의 언급이 나온 것은 대화와 외교의 필요성에 대한 톤을 유지하면서도 대북 압박 기조를 높이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30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출연해 '전제 조건 없는 북한과의 대화'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김정은 총비서가 분명히 다른 길을 가길 원하고 있다"며 "우리는 한반도와 역내에서 군사적으로 대비를 확실히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고위 당국자도 로이터 통신에 "우리가 동맹국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보여주기 위해 고안된 일부 조치를 취하는 것을 볼 것"이라며 "동시에 외교에 대한 우리의 요구도 되풀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강 대 강 조치'로 꺼낼 수 있는 카드로 미국의 ICBM인 '미니트맨-3' 시험발사, 독자 대북제재 추가 발표, 한반도에 대한 전략자산 전개 등을 꼽았다.

또한 북한의 '뒷배'를 자처하며 무력시위를 용인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단체 또는 개인에 대한 제재) 적용을 통한 우회 압박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미 강 대 강 국면이 가시적으로 본격화될 시점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후인 4월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한미연합훈련과 김일성 주석의 생일(4월15일·태양절) 등 이벤트가 몰려 있다"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한반도 영공에 미군 전략폭격기인 B-1B랜서 등이 전개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반도 근처까지로 오겠지만 영공 내로 들어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의 긴장감을 유발할 수 있다며 쉽게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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